11월의 까르보나라1. 화요일의 의식(Ritual)화요일이 되면 나는 스파게티 까르보나라를 만든다.지구의 자전축이 갑자기 23.5도에서 25도로 기울어지거나, 누군가 내 현관문 앞에 죽은 페르시안 고양이를 두고 가지 않는 이상 이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. 화요일이라는 요일이 파스타를 강력하게 요구해서는 아니다. 단지 그것이 내가 정한 규칙이기 때문이다. 그런 사소한 규칙들로 닻을 내리지 않으면,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빗물에 젖은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번져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.나는 코너에 있는 편의점으로 걸어간다. 11월의 바람은 날카로운 면도날처럼 뺨을 스친다.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언제나처럼 내 얼굴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는다. 그는 마치 심해어처럼 창백한 얼굴로 오직 바코드 스캐너에서 나..